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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경향] 당신이 웃으면, 심혈관도 웃어요
  • 글쓴이 관리자
  • 작성일 2025-08-14 12:16:35
  • 조회수 470

우리는 웃음에 박한 편이다. 그런데 웃는 건 생각보다 힘들지 않다. 양쪽 입꼬리를 살짝 올려 미소만 지어도 마음이 조금 편안해진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우리는 웃음에 박한 편이다. 그런데 웃는 건 생각보다 힘들지 않다. 양쪽 입꼬리를 살짝 올려 미소만 지어도 마음이 조금 편안해진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오늘 하루 당신은 몇 번 웃었는가? 웃는 순간을 세고 기억하는 경우가 많지 않아 기억하지 못할 수 있다. 그렇다면 질문을 바꿔보자. 평범한 하루를 떠올릴 때, 당신은 한 시간에 한 번 정도는 웃는가? 우리는 웃음에 박한 편이다. 많이 웃으면 실없다고 하기도 하고, 일할 때도 웃음기 없는 진지한 태도로 임해야 업무를 제대로 처리한다고 생각한다. 해야 할 일은 많고 시간은 부족하니 마음이 조급해지므로 웃을 여유가 없는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웃는 건 생각보다 힘들지 않다. 양쪽 입꼬리를 살짝 올려 미소만 지어도 마음이 조금 편안해진다. 소리 내 웃을 일이 없을 때는 나의 말끝에 “하하하”만 붙여보자. 나도, 상대도 저절로 웃게 된다.


사람의 얼굴 근육의 구조와 배열은 상당히 복잡한 편이다. 얼굴 근육의 미세한 움직임과 변화로 수많은 표정을 지을 수 있고, 그만큼 다양한 정보를 전달할 수 있다. 이 능력은 중요한 사회적 기술 중의 하나로 진화해왔고, 작은 표정만으로 우리의 감정을 표현하고 남의 감정을 이해하는 능력은 사회생활에서 매우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게 됐다. 그래서 상황에 맞게 적절한 방법으로 웃는 것이 점차 중요해졌다. 가족이나 친구처럼 나와 친밀하고 개인적인 관계의 사람들과 있을 때는 자유롭게 웃으며 즐겁게 이야기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그러나 직장 상사나 동료, 업무를 통해 만난 사람들과 일할 때나, 학교 수업 시간처럼 정형화된 시공간에 있을 때는 나의 행동이나 말, 웃음 등 모든 것이 조심스러워지고 분위기를 살피게 된다. 나는 지금 웃어도 되는가? 가벼운 농담을 해도 되는가를 수시로 파악하면서.



지난 6월 서울시 중구 서울도서관 외벽 대형 글판에 ‘그늘보다 시원한 건, 너의 웃음이야’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이준헌 기자

지난 6월 서울시 중구 서울도서관 외벽 대형 글판에 ‘그늘보다 시원한 건, 너의 웃음이야’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이준헌 기자



웃음은 관계의 윤활유이자 건강에도 도움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인간은 정교하고, 복잡하고 다중적인 인간관계를 맺고 살아간다. 시간과 장소와 상황에 맞게 행동하고 발언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그런데 이 모든 것을 일일이 파악하고, 신경 쓰며 말과 행동을 하다 보면 스트레스로 탈진할지도 모른다. 이런 상황에서 웃음은 긴장감을 완화하고 분위기를 편안하게 만드는 데 도움이 된다. 마치 복강 내의 복막액처럼 말이다. 우리의 배 안에는 간, 위, 대장, 소장 등 많은 장기가 있다. 이 장기들이 배 안에서 조화롭게 위치할 수 있는 것은 소량의 복막액 덕분이다. 음식을 소화하기 위해 위나 대장의 부피가 커지거나 연동 운동할 때, 주위의 장기들이 미끄러지며 자리를 조금 피할 수 있는 것은 복막액의 역할이 크다. 장기들 사이에서 윤활액 같은 일을 하는 것이다.


웃음도 사회적 관계에서 이와 같은 역할을 한다. 물론 이때의 웃음은 재미있는 것을 보고 크게 웃는 폭소가 아닌, 편안하고 온화한 미소에 가까울 것이다. ‘웃는 얼굴에 침 못 뱉는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웃음은 긴장을 완화한다. 딱딱한 분위기를 누그러뜨리고 사람들의 기분을 좋게 만들어 스트레스 호르몬이라고도 하는 코르티솔의 분비를 낮추는 데 도움을 준다. 마음이 즐겁거나 기쁜 일이 생겼을 때 우리는 자연스럽게 웃게 된다. 이때 도파민이나 세로토닌 같은 신경전달물질이 분비된다. 도파민은 행복함을 느끼고, 의욕 충만한 상태가 되며 동기부여를 하는 데 도움을 준다. 세로토닌은 우리가 안정감이나 편안함을 느끼고 감정을 조절할 수 있는 상태가 되도록 만들어준다. 웃는 동안에 분비되는 엔도르핀은 행복하다고 느끼게 할 뿐 아니라 통증을 덜 느끼게 하는 천연 진통제 역할도 한다.


웃음은 사회적 관계의 윤활제 역할뿐만 아니라 실제로 건강에 도움이 된다. 웃음의 양과 질 그리고 빈도를 측정해 정량화하기는 어려우므로 연구자들은 우울감을 가진 사람들의 심혈관 질환(협심증·심장마비·심부전·부정맥 등)을 조사한 적이 있다. 이 연구에 따르면 우울감이 일찍 시작된 환자들의 경우 심혈관 질환이 발생할 위험이 매우 컸다. 이들은 심혈관 질환의 위험인자를 교정한 후에도 심혈관 질환의 발생 위험은 여전히 컸고, 추후에 우울증 진단을 받지 않은 경우에도 심혈관 발생 위험의 영향은 지속했다. 이것이 말하는 것은 어렸을 때부터 우울한 감정이 지배적인 사람의 경우 심혈관 질환의 위험요인(비만·흡연·음주·고혈압·당뇨·이상지질혈증 등)이 없을지라도 질환이 발생할 위험이 크다는 것이다. 이것은 아마도 행복한 감정보다 우울한 감정이 크면 도파민이나 세로토닌과 같은 신경전달물질이 분비되는 횟수나 양이 적을 것이다. 이것이 주는 긍정적인 효과(낮은 불안감, 안정된 정서, 숙면, 식욕 및 소화 촉진, 활동력 향상)를 받지 못해 심혈관 질환에 걸릴 가능성이 커지는 것으로 보인다.



웃음은 전염…웃을 일이 많아지는 선순환

즐겁게 웃으며 이야기할 수 있는 편안한 시간을 누구나 좋아한다. 이런 시간은 대부분 개인적인 관계에서 생기므로 퇴근 후에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이나 주말에 친구를 만날 때 마음이 충전되는 느낌이 든다. 그러나 나의 하루 중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업무 시간이나 사회적인 관계에서 나의 몸과 마음이 회복되는 순간이 많아진다면 내 시간은 더 풍성해지고, 덤으로 스트레스는 줄어들 것이다. 경직된 관계 속에서 재치 있는 말로 분위기를 좋게 하거나, 상대에게 먼저 웃으면서 인사하며 부드러운 관계를 만드는 것 모두 내가 먼저 할 수 있는 일이다. 어깨의 긴장을 풀고 마음을 가볍게 하며, 양쪽 입 끝을 살짝 올려 웃어보자. 웃음은 전염된다. 내가 먼저 웃으며 인사하면 상대방도 의아해하지만 웃음으로 대답할 것이다. 저절로 긴장은 낮아지고 마음은 풍성해진다. 인간관계가 부드러워지면 많은 일이 수월해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웃음을 통해 회복된 마음은 의욕을 고취하고 높은 생산성에 기여할 수 있다. 나아진 결과물에 자신감이 높아지고, 웃을 일이 많아지는 선순환이 시작되는 것이다. 내가 먼저 웃기만 해도 일어날 수 있는 일, 오늘부터 시작해보자.


■ 글 : 정혜진 녹색병원 가정의학과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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